해당 글은 오래전에 작성한 글이라서, 더 이상 제 생각이나 관점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올해로 디자이너가 된 지 5년 차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공개된 곳에 내 글을 남기거나 기록하는 게 조금 많이 부끄럽고,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큼 대단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새해를 맞이하는 일종의 새해 다짐 의식 같은 것에 영향일 수도 있고, 내가 체험하는 경험과 배움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번 도전(?) 해보려고 한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재택으로 진행하거나 비대면 회의로 진행을 했다. 실제로 분당 스퀘어 오피스로 출근한 기간은 아마 5개월 정도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일과 생활의 분리가 많이 어려워서, 힘들고 심란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지점이 재택근무의 단점이라기보다는 내 성향이 집에서 일하는 것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는 가능하다면 오피스로 출근을 선택했고, 오피스에서는 굉장히 만족하면서 생활했다.
서울스토어에서 라인으로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많은 디자이너들과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불행히도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같은 코로나 덕분에, 디자인 조직에 속한 디자이너들과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팀원들은 정말 좋은 분들이셔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디자인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재택근무로 전체 디자인 조직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조금 오래 걸렸다.
* 물론 조금 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감사하게도 각자 진행하는 업무를 공유하는 프로세스에 굉장히 많이 신경 쓰는 방향으로 조직이 변화했지만. 이런 부분으로도 내가 이직하면서 기대한 부분이 충족되지는 않았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면 또는 재택근무라는 환경을 빨리 받아들였다면, 내가 느끼는 부족함을 많이 채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우연히 좋은 기회로 flex team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서 인상 깊게 보고 있던 제품이었는데, 면접을 다 보고 최종 합격을 한 상황에서 조금 고민이 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가장 큰 걱정은 세 번째 항목이었는데, 라인은 디자인적인 퀄리티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는 조직이었고, 디자인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과 노하우가 쌓여있어서,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디자인을 위한 시간을 많이 부여하는 분위기였다.
첫 회사를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내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구조가 디자인 퀄리티를 신경 쓰기보다는 릴리즈와 검증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었고. 이런 지점이 나를 굉장히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는 Platform Designer라는 새로운 전환점과 flex team에서 UI 디자인에 더 많은 역량을 키우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합류를 결정하였다.
지난 한 해 동안은 “이제 디자인을 정리해 볼 타이밍”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고, 꽤 오랫동안 디자인을 정리한다는 과정을 채득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약간 부끄럽게도 디자인을 정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물어보면서 다녔던 적도 있고, 다른 디자이너분들은 어떻게 디자인을 정리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던 적도 있다.
몇 개의 프로젝트에서 몇 번의 과정을 거쳐보고서 배우게 된 것은 디자인을 정리한다는 것은 “디자인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 요소 사이의 사이즈 감을 조정하고, 튀는 톤을 정리하고, 어색한 위치의 요소를 옮긴다. 이런 과정으로 디자인된 화면을 조화롭게 다듬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보기 좋은 디자인을 만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문장으로는 이렇게 태연하게 내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지만 아직도 실제로 디자인을 할 때에는 항상 디자인을 정리하는 것은 막막하게 느껴진다. 최종적으로 보기 좋은 디자인이라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디자인을 보고 눈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은 나 스스로도 보기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편집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UI&UX Designer, Product Designer가 되었다가 지금은 Platform Designer가 되었다.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매일을 지내고 있다. Product Designer 와 Platform Designer는 UI 디자인을 한다는 부분은 똑같지만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약간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Platform Designer는 문법을 만들고, 정의하며, 디자인을 깎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뤄보고 싶다.
* 디자인에 관해서는 이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작년 한 해였다. 무언가 멋진 말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살짝 있지만, 올해도 나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