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어버린 2022 회고

#Retrospect #Life · 2023. 2. 3

매년 그렇지만 2022년도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꼭 회고 잊지말고 쓰자고 다짐했는데 일에 치이고 생활에 치이다 보니, 회고를 작성하지 못 했다. 너무 지나버려서 굳이 쓰지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글로 남겨두는게 나에게 좀 더 가치있게 시간을 쓰는 것 같아서 회고록을 늦었지만, 작성해본다.

어떤 기간을 두고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솔직한 감상을 남겨본다. 늘 그렇지만 재미있는 일도, 심란한 일도 아직 모두 진행 중이다.

팀 또는 스쿼드와 트라이브(스쿼드들이 속한 상위 조직)에 속한 디자이너로서 1인분 이상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정말 다양한 실패와 작은 성공들이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일했던 시점이 아닌가 싶다. 디자인 시스템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 역할을 단순히 ‘수행’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책임을 지고 함께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자이너 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우리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마음을 갖고 일을 했던 것 같다.

디자인 시스템은 재료다.

디자인 시스템은 재료다.

우리가 만들어낸 디자인 시스템은 형태, 구현 제약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유지한다가 제일 중요한 원칙이었는데, 이는 디자인 시스템이 재료로 사용되면서 메이커들에게 어떤 방해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세운 기조였다.

다른 디자인 시스템을 생각해본다면 꽤 도전적인 기조였고, 실제 메이커 입장에서는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도 자율성을 보장해서 얻을 수 있었던 장점도 있었지만, 디자인 시스템으로서 또는 전체 제품안에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도 발생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디자인 플랫폼 팀을 끝내게 되서 아쉬웠다.

웹 기반의 디자인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모바일 기반의 디자인 시스템보다 기술적인 제약이 덜 했고, 표현의 자유도는 훨씬 높았다.* 여기에 재미와 주인의식까지 결합되고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와 합이 잘 맞아서 정말 하루 종일 디자인 시스템 이야기만 하면서 많은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 물론 기본적인 사용성과 접근성을 지키는것도 중요했다

아쉬운 점을 위에 짧게 쓰기는 했지만, 조직의 결정으로 디자인 시스템 팀이 해체되면서 개인적으로는 꽤 심란하게 지냈고, 주인의식을 갖고 너무 깊게 몰입하고 있었던건지 한동안 빠져나오는데 고생했다.

디자인 시스템 팀 해채와 조직 개편이 진행되면서 트라이브의 Product Designer로서 새롭게 적응해야했다. Platform Designer로 일했던 이전에도 도메인 제품 개선에 몇 차례 참여했던 적은 있지만, 스쿼드에 속해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리듬이었다.

이 시점부터 디자이너로서 무엇에 집중하고 싶은지 고민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우리 조직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다루고 있는 디자인 영역이 넓은 편에 속했고, 실제 진행하는 업무도 Brand, Product, Platform Design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넓은 의미에서 Design을 모두 좋아했지만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것은 내가 특출한 영역이 없는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었다. 최근에서야 사회 혹은 시장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UI, Platform 영역을 좀 더 뾰족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는 정말 재미있는 디자인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UI와 Platform이 정말 내가 좋아하고 평생 잘 하고 싶은 영역인지 명확하게 확답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당장 제일 잘해내고 싶은 영역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Product Designer로 전환되면서 조직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디자인 조직의 리드는 아니지만 트라이브내 스쿼드에 속한 Product Designer들에게 피드백이나 업무 조율을 할 수 있는 Senior Designer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트라이브 디자이너 그룹이 어떻게 하면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지 처음으로 조직 관점에서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Senior Designer로서 피드백을 주거나 디자인 방향성 설정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나는 코치보다는 함께하는 플레이어로서 자리 잡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쿼드에서 일하는 Product Designer가 생각하는 방향을 잘 이끌어내고 좋은 방향이라면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플레이어로서 일하고 싶다는게 내 욕심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관리자 또는 리드로서의 커리어 방향보다는 IC로서 기여하고 싶은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가능한 내 욕심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함께 일하는 Product Designer 분들에게 내 욕심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다행히도 역량적으로 경험적으로 뛰어나신 분들이라서 어느 정도 짐작하시고 내 부족한 부분을 정말 잘 채워주고 계신다. 이 점은 항상 내 부족함에 대해서 송구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디자인 취향에도 꽤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어느때 보다 많은 작업을 했지만, 아쉬움과 내 역량적인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

좋은 제품 중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경우는 많지만, 아름다운 디자인만 갖고 있는 제품 중에 좋은 제품은 별로 없다.

좋은 제품 중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경우는 많지만, 아름다운 디자인만 갖고 있는 제품 중에 좋은 제품은 별로 없다.

이전까지는 내심 매우 오만하게도 디자인이 아름답다면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는데* Platform Designer, Product Designer로 동시에 일해보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 매우 솔직하게 밝혀본다.

디자인 플랫폼 팀에 있을 때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비주얼적인 완성도와 구현의 범용성을 더 챙기는 결정이 주로 이뤄졌다.

반면 스쿼드에서는 비주얼보다는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와 리소스 활용에 더 집중했다. 스쿼드의 리소스는 항상 부족했고,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사용자의 문제는 늘 복잡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쿼드에서 내리는 결정은 높은 수준의 설계(UX, 엔지니어링)를 통한 문제 해결과 가치 전달에 집중했고, 완성도 높은 비주얼을 챙기기 위한 리소스는 빈번하게 트레이드 오프 할 수 있는 요소였다.

스쿼드에 합류한 초반에 디자인에 아주 많은 힘을 준 시안들이 구현 직전 또는 구현 과정에서 정확한 문제 해결 접근이 아니거나 사용자가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로 몇 차례 엎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된 문제 해결과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제품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스쿼드에 합류한 초반에 디자인에 아주 많은 힘을 준 시안들이 구현 직전 또는 구현 과정에서 정확한 문제 해결 접근이 아니거나 사용자가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로 몇 차례 엎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된 문제 해결과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제품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스쿼드에 합류한 초반에 디자인에 아주 많은 힘을 준 시안들이 구현 직전 또는 구현 과정에서 정확한 문제 해결 접근이 아니거나 사용자가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로 몇 차례 엎어졌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된 문제 해결과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제품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스쿼드 같이 소규모로 구성된 목적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책임감과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각 직군이 1명으로만 구성된 현재 팀의 스쿼드들은 매 순간 순간 결정을 내려야하며 각 영역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갖고 있어서 부담이 되었다.

좋은 디자인을 넘어서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도와 커뮤니케이션, 결정의 과정이 반복되었다. 스쿼드와 사용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하는 것은 항상 힘들었고, 오랜 시간 회의한 끝에 또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은 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온전한 주도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지만, 혼자 디자인 방향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엄청 부담되었던 것 같다. 매번 좋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저런 심란한 일도 진행 중이고, 재미있는 일들도 함께 하고 있지만 재미있는 일들이 훨씬 많았으면 좋겠다. 두루뭉실한 사람보다는 뾰족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내가 욕심내고 있는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쟁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동료들을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