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Feedback

#Design #Process · 2022. 8. 19

Design Feedback

#Design #Process · 2022. 8. 19

해당 글은 오래전에 작성한 글이라서, 더 이상 제 생각이나 관점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Notion 메모.

어딘가에 밝힐 생각은 없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합니다. 굳이 글로 남기는 이유는 언젠가 챕터의 디자이너들에게 공유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을 주제로

피드백을 주제로

최근 진행한 Desgin Weekly에서 DRI와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로 라이트닝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우리 팀은 이전에도 꽤 여러번 주기적으로 디자인 피드백과 피드백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디자인 리뷰라는 이름으로 진행했었고, 피그마 플랜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챕터 맴버들 모두 ‘너무 좋았다’ ‘긍정적인 영향이 많았다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긍정적인 영향에 동의 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몇 가지 문제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에서는 이번 Design Weekly 라이트닝 토크에서 솔직하게 또는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한 저의 생각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피드백 문화

피드백 문화

조직 문화에 따라서 피드백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아닙니다 보편적인 조직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수직적인 문화 : 디자인 컨펌

수직적인 문화 : 디자인 컨펌

대부분의 회사가 사용하는 역할 기반 조직에서는 디자인 피드백 보다는 ‘디자인 컨펌’이 조금 더 익숙한 개념일 것 입니다. 디자인 컨펌은 신기하게도 매우 확실한 위계가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낮은 직급의 디자이너가 높은 직급의 디자이너, 관리자급 디자이너에게 본인이 작업한 시안을 평가 또는 확인 받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직군은 대부분의 예술 직군이 그렇듯 도제식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선임과 후임 관계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기술적인 역량과 관점,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죠.

Design Confirm(디자인 컨펌)이라는 그럴싸한 용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선임 디자이너 기준에 맞추는 ‘교정‘ 작업에 가깝습니다. 저를 포함한 몇명의 디자이너들은 아마 선임의 책상 옆에 앉아서 선임이 ’내 시안’을 직접 고치는 경험을 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임들의 방식에 따라서 그 과정이 어쩌면 꽤 폭력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컨펌을 통해서 이뤄지는 교정 작업은 의지를 떨어트리고 내 작업 또는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을 갖기 어렵게 만들지만, 역설적이게도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역량을 (반강제로) 높일 수 있습니다.

수평적인 문화 : 디자인 리뷰, 피드백

수평적인 문화 : 디자인 리뷰, 피드백

최근에는 목적 기반 조직(역할 기반 조직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직적인것은 아닙니다)에서는 ‘디자인 리뷰’ 또는 ‘디자인 피드백’ 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디자인 컨펌’ 보다는 훨씬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입니다. 물론 선임급 디자이너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렵지만, 문화가 잘 정착되어있다면 논의를 통해서 컨펌보다는 훨씬 합리적으로 방향을 결정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툴(기술)이 좋아지면서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조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업계에서도 ’코드 리뷰‘ 처럼 ‘디자인 리뷰’ 방법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각 팀의 성격을 잘 드러나게 해주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선임, 관리자급 디자이너 한 명의 관점으로 제품 디자인 방향성을 결정하기보다는 훨씬 많은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받아보고 논의하면서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른 장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다양한 시도들

다양한 시도들

앞에서 대표적인 2개의 디자인 피드백 문화를 살펴보았는데, 감사하게도 우리 디자인 조직은 적극적으로 디자인 피드백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그마 브랜치를 활용한 디자인 리뷰를 진행해보기도 했었고, Design Weekly에서도 정말 적극적으로 디자인 리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금 더 소수로 트라이브 위클리에서 디자인 리뷰를 진행하고 있고, 디자인 컨벤션 리뷰도 성완님의 주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다른 디자이너분들께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의견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의견

Design Weekly 외적으로도 몇몇 디자이너들과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마다 우리 챕터 디자이너들은 꽤 진지하게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민은 상세하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지만, 크게는 대부분 비슷한 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라이트닝 토크도 그렇고 이전 Design Weekly에서도 우리는 꽤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반복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모든 맴버들과 대화를 나눈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만난 맴버들은 각자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피드백을 받아요, 피드백을 받으면 모두 적용해야 할 것 같아요, 내 도메인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반영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도메인을 잘 몰라서 디자인 피드백을 주기가 어려워요 등.. 지용님의 문서에 내용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전부 글로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이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의견도 비슷한 결이었습니다.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늘려야 한다. 오너십을 갖고서 리뷰 의견을 바라본다. 조직에 안정감을 갖는다. 개인과 개인 관점에서 라포를 형성한다 또는 의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등 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서로를 신뢰

디자이너로서 서로를 신뢰

이번 라이트닝 토크에서 꽤 많이 감정적인 상태로 리뷰를 받지 말아야 한다, 개인과 개인의 유대감 형성이 중요하다, 조직에서의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 동의하지만, 우리 디자인 챕터에서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리뷰를 주고 받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 챕터 내부에서는 서로에게 엄청나게 깊지는 않을 수 있지만,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의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견 충돌

의견 충돌

하지만 그런 반면에 우리는 보통 충돌을 어려뤄하고 있습니다. 개개인마다 도메인 지식과 플로우에 대한 맥락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설계와 UI, UX flow에는 분명하게 보편적인 사용자의 맨탈모델이 존재합니다.

디자인 리뷰가 컨펌 형식을 차용하지 않는 것은 각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조율하고 결정하면 훨씬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의견 충돌입니다. 서로의 역량과 관점을 신뢰하고 서로의 고민의 깊이를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는 충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강하게 주고 받는 것을 개인적인 감정과 유대감을 잃어버릴까봐 걱정하는것은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프로다움에 맞지 않습니다.

피상적인 리뷰가 반복되는 것과 납득이 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것, 부정적으로 리뷰를 바라보는 것, 모든 리뷰 내용이 반영되어 리뷰를 남기기 부담되는 것은 모두 이런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직면한 디자인 문제는 충돌을 회피하고,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맴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납득되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에게 실망하지 않을것 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설득을 위한 충돌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앞으로 우리는

라포 형성과 조직의 안정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감성적인 영역을 쌓는 것은 끝이 없고, 쌓아도 쌓아도 부족해보이는 영역입니다. 우리가 건강한 리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적인 유대감, 안정감 형성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 철을 제련하듯이 적절한 충돌도 필요합니다. 안정감과 충돌이 반복되어야 오히려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단단한 신뢰 관계로서 디자인 리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충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저는 충돌 또는 강력한 의견 교환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좋게 좋게 하고 싶다는 개인 성향이 강하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저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방향성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좋든 싫든 디자인 리뷰를 하면 언젠가 반드시 충돌을 하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흔히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디자인 리뷰’는 ‘납득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하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의 생각은 신뢰한다고 해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없습니다. 의견을 주고 받고 충돌하는 것은 신뢰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신뢰하기 어렵고, 이해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생각을 이야기 하세요. 그리고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노력하세요. 납득되었다면, 솔직하게 납득되었다고 이야기 하세요. 그래야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좋은 디자인 리뷰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런 지점에서 저도 지금보다 더 좋은 의견을 드리기 위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